▲김의화 취재3부 부장 |
이러한 발언을 한 사람은 야당도, 시민단체도, 누리꾼도 아닌 박근혜 대통령의 10년전 '어록'이다. 특정 사안에 대한 것이든 아니든 간에 이처럼 시공을 초월한 '정의로운' 발언이 어디 있겠나.
하지만 최근 국정원 해킹프로그램 구입과 운용에 대해서 대통령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스스로 얘기했듯이 '정부가 이제 무슨 말을 한들 국민들이 믿지 않기' 때문일까.
여당이 총력을 다해 국정원 보호에 나서고 있을 때 “지난 2012년도 대선과 총선을 앞두고 해킹 프로그램을 구입한 것은 오얏나무 밑에서 갓끈을 맨 것”이며 “불법 도청을 비롯해 국정원은 국민들이 믿는 사람들보다 믿지 않는 사람들이 더 많다는 것을 새겨야 할 것”이라고 일침을 날린 이는 역설적이게도 여당인 새누리당 김태호 최고위원이었다.
국정원은 지난 2012년 대통령 선거 때 직원들을 동원해 수백만 건의 댓글을 다는 불법적인 정치개입과 노무현 정권을 욕보이려 국가기밀인 NLL(북방한계선) 대화록 공개, 법원의 영장 없는 불법 도·감청 등 부끄러운 전과가 많았던 만큼 일반인 사찰을 위해 해킹프로그램을 운용하지 않았다는 국정원의 손짓발짓 해명이 미덥지 못하다. 오죽했으면 누리꾼들이 '피의자(국정원)가 셀프수사하는 재밌는 나라'라고 비아냥댈 정도다.
해킹프로그램 구입·운용이 대북, 대테러 업무와 관련된 것일 뿐이라는 해명이 신뢰받을 수 있는 '조건'이 성립하려면 왜 대통령선거라는 민감한 시기에 수십 개 해킹프로그램을 구입했는지, 시험용 대상자는 누구였는지, 국정원 직원의 자살경위 등 차근차근 증빙해가면서 설명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러나 일부 돌출적 여당 의원을 제외하고 대통령은 침묵을 지키고 있고 국정원은 '댓글' 사건 때는 '대북 심리전 차원에서 이뤄졌으며 정당한 활동'이라고 강변하고 이번에는 '대북 정보전의 일환으로 정당한 활동이다'며 철통같은 국가안보 명분에 기대어 더 이상 파고들면 많은 사람들이 다친다고 으름장을 놓는다.
야당이 민간전문가와 합동으로 '들여다 보자'는 제안에 대해 민간인에게 국정원을 보여주면 세계 정보기관으로부터 따돌림을 당하고 조롱거리가 된다며 그럴싸하게 회피하고 있지만 '민간인 사찰'이라는 의혹으로 국격추락과 손실이 오히려 큰 문제라는 것을 인식했으면 한다.
국정원의 스마트폰 해킹 의혹으로 온라인에는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해킹 계급도'까지 등장했다.
시중에 나와있는 수십 개 제품을 해킹가능정도에 따라 '노예폰', '좀비폰', '철벽폰'으로 구분해 놓았다.
해킹할 수 없는 '철벽폰'으로 미국 애플사의 아이폰이 주목을 받고 있으며 당연히 삼성의 갤럭시를 버리고 아이폰으로 갈아타는 경향도 나타나고 있는 지경이다.
검찰이 대통령에 대한 사이버상의 명예훼손에 대해 수사하겠다는 의지를 보이자 수조원의 자산가치와 '창조기업'의 모델이었던 카카오톡 사용자 수백만명이 텔레그램으로 '사이버 망명'을 해 버리는 바람에 해당 기업이 휘청거리고 이제는 스마트폰 해킹의혹으로 외국 폰 제품으로 '구매망명' 현상을 부르고 있다.
정부가 '기업하기 좋은 나라', '기업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는 명분으로 죄를 지은 기업인을 광복절에 사면하겠다고 할 것이 아니라 국가기관의 이러한 민간인 감청, 사찰 의혹으로 세계의 조롱거리가 되고 한순간에 정상적이던 기업활동에 태클을 걸지 않도록 하는 것이 더 낫다.
김의화 취재3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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