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순택 논설위원 |
대한의 끝, 즉 입춘 전날은 절분(節分)이라 하여 한 해의 마지막 날로 여겼다. 절분날 밤은 해넘이라고 해서 콩을 방이나 마루에 뿌려 악귀를 쫓고 새해를 맞이했다. 제주도에선 이사나 집수리를 비롯한 집안 손질은 언제나 대한 후 5일에서 입춘 전 3일의 1주일간에 하는 풍습이 전한다. '신구간'(新舊間)인 기간은 세상만사를 주재하는 귀신들의 인사이동 시기로 무슨 일을 해도 탈이 없다고 여겼던 것이다. 우리에게도 새 봄을 맞을 준비를 해야 할 적기가 아닌가 싶다.
올 동장군은 유난히 매서웠다. 선비들은 매서운 추위를 자신의 지조와 절개를 응결시키는 성찰의 기회로 삼았다. '매경한고발청향'(梅經寒苦發淸香)이라는 것이다. 매화는 추위의 고통을 이겨내야 맑은 향기를 풍긴다는 뜻이다.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에도 '세한연후지송백지후조'(歲寒然後知松栢之後凋)란 발문이 적혀 있다. '추위가 닥쳐야 소나무와 잣나무의 푸르름을 안다'는 뜻. 세상이 혼란스러울 때 선비의 절개를 알아본다는 의미다. 매서운 추위를 마음을 다잡고 올곧은 지조를 응결시키는 계기로 삼았으면….
그런 마음이라야 새 봄을 봄답게 맞지 않을까. 절기이야기도 해넘이에서 끝을 맺는다. 그동안 성원해주신 독자여러분에게 감사드린다. /안순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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